파톤 신부 “파스카, 이스라엘 성지에서 바치는 기도는 폭력에 용서로 응답하는 것”
Francesca Sabatinelli / 번역 이창욱
“예루살렘은 만남, 신앙, 기도, 기쁨, 친교, 일치의 자리이지 갈등과 분열의 자리가 아닙니다. 예루살렘에 정치적, 종교적 긴장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이는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인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총대주교가 지난 4월 2일 주님 성지 주일 행렬에 참가한 2만여 명의 그리스도인 앞에서 “거룩한 도시 예루살렘은 소유물도 아니고 배제 대상도 아니”라고 강조하며 강력히 덧붙인 말이다. 피자발라 총대주교는 교회와 그리스도교 상징물을 겨냥해 예루살렘에서 발생한 폭력사태를 언급하면서 “분열을 바라는 이들”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거룩한 도시 예루살렘은 항상 모든 민족을 위한 기도의 집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아무도 예루살렘을 독점적으로 점유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성지보호구 봉사자 프란치스코 파톤 신부는 “그리스도인의 존엄성”에 대해 말하면서 폭력에 대응하는 그리스도인의 방식은 다른 폭력을 더 많이 휘두르는 게 아니라 용서하고 기도하며 정의를 구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하 파톤 신부와의 일문일답:
파톤 신부님, 예루살렘에서 주님 성지 주일을 어떻게 지내셨나요?
“몇몇 사람들이 여전히 성지를 떠나고 싶은 유혹을 받고 있습니다. 그 사실을 넘어 우리 그리스도인 중 일부는 그들이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후손이며 따라서 그들이 이곳 예루살렘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시대보다 훨씬 더 어려운 시대에도 2000년 동안 끊임없이 전수된 신앙의 증인들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책임감을 소명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는 순전히 인간의 노력이 아니라 하느님의 부르심, 곧 이스라엘 성지의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부르심입니다. 그것은 복음에 뿌리내린 사명이기도 합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많은 군중에게 이르신 것처럼 그것은 많은 숫자로 이뤄진 교회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친히 ‘너희들 작은 양 떼야,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 나라를 너희에게 기꺼이 주기로 하셨다’(루카 12,32) 하고 말씀하십니다. 저희는 소수에 불과합니다. 저희는 예루살렘에서 몇 안 되지만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몇 안 됩니다. 저희는 영웅적인 감정이 아닌 복음에 담긴 예수님의 말씀과 그에 대한 믿음이라고 하는 그분과의 관계에서 힘을 구해야 합니다.”
예루살렘 종교 지도자들의 부활 담화는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처한 어려움을 설명합니다. 성주간의 전례 예식을 앞둔 지금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베들레헴의 성탄절과 예루살렘의 부활절은 두 가지 큰 축제의 순간입니다. 그래서 축제를 맞이하는 기쁜 기대감으로 가득한 분위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번 축제는 동방 교회가 일주일 후 맞이하는 부활절과 멀지 않은 때와 맞아떨어지고, 실제적으로 내일부터 시작되는 유다인들의 유월절과 맞물리며, 무슬림 형제자매들이 지내는 라마단 기간과도 겹칩니다. 결과적으로 유다교, 이슬람교, 그리스도교를 믿는 모든 이들이 예루살렘에서 기도하고 축제를 지낼 수 있기를 바라는 때입니다. 또한 이번 부활절은 지난 몇 주 동안 매우 긴장된 정치적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특별히 그렇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주말마다 일어나는 거리 시위는 최고 법원인 대법원을 정부의 통제하에 두지 말아야 한다고 평화롭고 민주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위대가 행정부 전복을 시도하려 한다는 이스라엘 정부의 주장과는 다릅니다. 이러한 시위는 분명히 국가 내에서 긴장을 조성합니다. 주말마다 시위가 일어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우리보다 일주일 뒤 부활을 맞이할 동방 교회와 마찬가지로 주님의 부활을 기념할 수 있길 바라는 큰 열망, 곧 빈 무덤에서 피어오르는 저 불꽃을 볼 수 있길 바라는 열망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성금요일 특별 헌금을 통해 성지 보존과 보호를 위한 프란치스코회 이스라엘 성지 보호구의 소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이라는 매우 힘겨웠던 시기를 지나고 있고, 그동안 재정적 자원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승세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정도로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제 하느님 덕분에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성지의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나누는 형태인 이스라엘 성지를 위한(pro Terra Sancta) 특별 헌금, 성금요일 특별 헌금이라는 보편적 연대의 몸짓을 재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러한 나눔을 통해 저희는 한편으로는 성지를 돌보고, 다른 한편으로는 성지를 방문하러 오는 순례자들을 돌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특별 헌금은 사목 활동과 사회 활동, 특히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많은 학교에 관한 교육 활동과 사회 활동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소규모 지역 그리스도인 공동체도 돌보는 데 쓰입니다. 저희는 이스라엘 성지보호구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티나에 뿌리를 두고 있음은 물론, 시리아처럼 수년간 내전으로 고통받으며 최근에는 지진으로 고통받는 지역에도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따라서 특별 헌금은 이스라엘 성지보호구를 통해 이스라엘 성지 내 교회들에 대한 보편 교회의 연대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특별 헌금이 막혔고, 순례자들의 발길도 막혔습니다. 이제 순례자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셨나요?
“예, 그렇습니다. 현재 순례자들은 2018년과 거의 같은 수치에 이르렀습니다.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 이전인 2019년에 정점을 찍은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수의 순례자들이 오고 있으며 현재 대부분은 미국에서 옵니다. 두 번째 국가로 폴란드, 세 번째 국가로 이탈리아, 그 다음은 스페인과 브라질이 있습니다. 순례자들이 다시 돌아오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매우 긍정적인 일입니다. 순례자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저희는 어느 때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성지에 순례자로 와서 자신의 신앙을 되살리고 성지의 그리스도인들과 예루살렘 교회와의 유대감도 되살리길 바랍니다. 아울러 재정적으로 저희를 지원해주시길 호소합니다. 현재 큰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예수님 무덤 성당의 복원 작업이 있고, 순례자들의 방문과 순례자들의 신앙 체험을 촉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유지 보수와 작업을 필요로 하는 성지들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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