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제타 대주교, ‘난민선 참사’ 시신 안치소 찾아 애도 “가난한 이들에 대한 착취를 멈추십시오”
Salvatore Cernuzio / 번역 이정숙
크로토네-카리아티대교구장 안젤로 라파엘레 판제타 대주교가 이탈리아 칼라브리아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난민선 참사로 67명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에 대해 고통과 연민, 공감을 전하는 한편, 오늘날 가장 가난한 이들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이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스테카토 디 쿠트로 앞바다에서 67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지금도 바다에서 시신이 발견되고 있다. 3월 1일 오전에는 한 여자아이의 시신을 수습했다. 같은 날 팔라밀로네 체육관에 66명의 희생자 시신 안치소가 문을 열었다. 이날 오전 이 체육관에 처음으로 들어간 판제타 대주교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대부분이 흰색인 관 앞에서 판제타 대주교는 칼라토네 쿠트로의 이슬람 사원 이맘 무스타파 아칙과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희생자의 대부분은 무슬림이었다. 판제타 대주교는 「바티칸 뉴스」와 나눈 인터뷰에서 “죽음의 신비 앞에서 우리는 생명의 하느님께 기도하기 위해 함께했다”고 말했다.
이하 안젤로 라파엘레 판제타 대주교와의 일문일답:
대주교님, 오늘 안치소에 놓인 관들 중 다수가 어린이들의 것이었는데요. 그 관들 앞에서 이맘과 함께 기도하는 동안 무엇을 느끼셨는지요?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목숨을 잃은 이들과 살아남은 사람들에 대한 깊은 공감 없이는 그렇게나 많은 시신이 늘어선 광경을 차마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초자연적인 일에 대한 슬픔에 앞서 깊은 인간적 연민을 느낍니다. 죽음의 신비와 맞닥뜨린 우리는 형제애가 우리를 갈라놓기보다 훨씬 더 우리를 일치시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날 저는 크로토네 시와 크로토네교구에서 깊은 고통을 느꼈습니다. (...) ‘주검의 주일’(La domenica delle Salme)이라는 파브리지오 데 안드레의 노래가 있는데, 그 노래처럼 우리는 지난 주일을 온전히 ‘주검의 주일’로 지냈습니다. 반면 오늘 아침엔 무슬림 형제들과 함께 하느님께 찬미를, 생명을 사랑하시는 분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물론 어떤 의미에서 이러한 사건들이 신자인 우리가 소홀히 할 수 없는 일련의 공동책임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마음을 두드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동책임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가난 때문에 고국을 등지고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로 떠나야 하는 세상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의 목숨을 가지고 잔치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끔찍한 일입니다! 또한 절박하다고 말하는 이 사람들 앞에서 자주 문을 닫아버리는 소위 문명을 자처하는 세계인 우리도 공동책임이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그들이 희망의 전달자라고 생각합니다. (...) 상황은 정말 비극적입니다. 지중해를 공동묘지라고 말하는데, 희망마저 묻어버리는 공동묘지가 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모두에게 반드시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그러면 이 비극, 이 수많은 비극을 겪은 후 우리는 교회·사회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정책적으로 어떤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까요?
“우선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피상적인 방식이 아니라 머리와 마음으로 파악해야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진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런 다음 유럽을 넘어서는 더 넓은 지평에서 이탈리아 정치를 바라보고 여러 가지 대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사가 일어나기 바로 전날인 지난 2월 25일 저녁, 저는 사목방문 중 카르피치라는 우리 교구의 작은 마을에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환대 공동체에서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직업 교육을 받는 약 20명의 이주민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마지막에 인사를 나누면서 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희망’이었습니다. 우리의 유일한 희망은 서로 다른 재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다름 속에서의 친목, 곧 형제애입니다. 이곳 칼라브리아에는 인구가 무서울 정도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미래를 생각할 때 젊은 가정들이 이곳에 와서 우리의 집에서 살고, 우리의 땅에서 일하며, 기술을 배우고, 관광업을 위해 일하는 미래를 계획해야 합니다. 요컨대 우리는 이주민 형제자매들이 두려움을 안겨주는 골칫거리라기보다 훌륭한 인적 자원이자 우리 영토의 경제적 자원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크로토네대교구는 이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요? 혹은 무엇을 하려고 계획 중인가요?
“우리는 카리타스를 통해 생존자들의 가장 시급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즉각 조치를 취했습니다. 환대하는 마음과 너그러운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난민들을 언제나 기꺼이 받아들일 마음을 표명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지역에 존재하는 다른 여러 단체와 함께 기도와 기억을 위한 공개적인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저는 희생된 이들을 위해 품위 있게 장례를 치른 후 그리고 모든 것이 제대로 이뤄진 후에도 우리의 공개적인 행위가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을 계속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사실 미디어 소비주의는 식별이나 회심 없이, 적절한 대안 수립도 없이 하나의 참사에서 다른 참사로 넘어가게 할 위험이 있습니다.”
장례식 날짜는 정해졌나요?
“오늘 아침 주정부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아직 장례식 날짜나 절차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바다에서 계속해서 시신이 올라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과학수사대는 친지들이 가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항상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샘플을 채취해야 합니다. 따라서 장례식 날짜를 정하기가 어렵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주교로서 직접 경험한 이 비극적인 시기에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나 이야기가 있는지요?
“(한숨) 제가 그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시신을 수습한 흰 자루들을 봤습니다. 일부는 피가 묻어 있었습니다. 제 마음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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