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리 추기경 “지진 피해 시리아인 돕기 위해 분열 극복해야”
Salvatore Cernuzio / 번역 고계연
먼저 생존자들의 두려움, 죽음과 파괴의 현장, 원조 구호를 가로막는 경제 제재를 볼 수 있다. 그런 다음 “폭격의 두려움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왜 또 이런 일이 생겼는가?”라는 절박한 부르짖음을 들을 수 있다.
시리아 주재 교황대사 마리오 제나리(Mario Zenari) 추기경이 2월 7일 오전 알레포에 도착했다. 알레포는 시리아 북부 지역과 튀르키예 남동부 전 지역을 강타한 지진 피해 도시들 가운데 하나다.
“다마스쿠스에서 400킬로미터를 차량으로 달려왔습니다. 늦게 도착했네요. (...)” 제나리 추기경은 휴대폰으로 간신히 연결된 「바티칸 뉴스」에 이 같이 밝혔다. 전화 연결은 불안정했다. “보통 세 시간 정도 거리인데, 도로가 눈으로 덮여 있고 아주 추워서 훨씬 더 걸렸어요. 게다가 차 트렁크에 ‘폭탄’, 그러니까 여기서 구하기 힘든 휘발유 통을 실었기 때문에 감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하 제나리 추기경과의 일문일답:
추기경님, 알레포에 도착했을 때 무엇을 보셨나요?
“제가 도시에 들어섰을 때 첨탑 네 개가 땅에 떨어진 큰 회교 사원을 봤습니다. 그런데 프란치스코회 성당도 처마 장식이 무너지고 벽이 갈라져 있었습니다. 집 밖으로 나온 사람들도 만났는데요, 그 사람들은 우리 종교 시설들로 피신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개신교와 가톨릭 공동체에서 지내면서 숙식을 해결합니다. 몇몇 공동체는 약 500명이 넘습니다. 사람들의 두려움을 정말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지진으로 충격에 빠졌고, 이미 내전으로 피해를 입은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이들의 집은 전혀 안전하지 않습니다. 언제라도 무너질 위험이 있죠.”
추기경님께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은퇴 주교님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분은 아파트에 살았고 50세가량의 사제가 비서로 있었죠. 지진 이후 주교님이 살던 곳은 선 채로 남아 있었지만 다른 쪽은 무너졌다고 합니다. 저도 건물 잔해를 직접 봤습니다. 비서 신부님은 건물에 깔려 돌아가셨다고 하더군요. 이 건물들은 불안정했습니다. 이미 수년간의 내전을 겪으며 취약해졌거든요.”
이번 지진의 비극이 지금 시리아인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나요?
“주지하다시피 알레포는 ‘순교자 도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2016년 12월을 기억합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많은 눈이 내렸고, 수천 명의 사람들이 내전을 피해 떠나야 했죠. 그때 그 사람들이 이제 이렇게 묻습니다. ‘왜 또 이런 일이 우리에게 발생하는가?’ 또한 사제들과 신자들도 이렇게 묻습니다. ‘우리는 폭격을 당하고 도처에 있는 반군으로 두려워하며 살았는데 지금 이런 재난이 왜 우리에게 발생하는가?’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입니다.”
“게다가 시리아 전역은 이미 제가 ‘또 다른 폭탄’이라고 부르는 빈곤의 폭탄 아래에서 살고 있습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90퍼센트가 빈곤선 아래에서 살고 있어요. 따라서 저희는 먼저 진짜 폭탄들을 만났고, 그 다음 온갖 종류의 무기, 빈곤 그리고 이제 대지진을 만나게 됐습니다. 비극에 비극을 더하는 일도 있어요. 현지의 증언에 따르면 원조의 유입을 막는 경제 제재의 비극입니다.”
“약간의 상식과 인류애가 있길 진정으로 희망합니다. 우선 국가 차원에서 말하자면, 불행하게도 내전은 끝나지 않았지만 갈등과 적개심을 제쳐 두고 이 가난한 사람들을 인류애의 눈으로 봐주길 바랍니다. 그런 다음 국제적 차원에서 말하자면,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정치적 분열을 넘어 궁핍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 시급합니다. 이는 국제사회가 시리아를 위해 얼마나 인류애를 발휘할 수 있는지 드러내는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교회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시리아 교회는 이미 인도주의 사업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가톨릭 교회는 ‘교회, 이웃사랑의 집: 시노달리타스와 조정’이란 주제로 컨퍼런스를 열었습니다. 몇 달 전, 가톨릭 주교회의는 보다 조율된 과업을 위해 주교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분야에서 속도감 있게 일하고 더 많은 경험과 전문적 역량을 확보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특히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가장 좋은 방식으로 공평하게 분배되도록 보장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추기경님은 알레포에 얼마나 더 머무르실 예정인가요?
“오는 2월 9일까지 저는 여러 장소와 공동체를 방문해야 하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원조를 조정해야 합니다. 많은 연대가 이뤄지고 있지만 진심 어린 마음과 전문적 역량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