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주교단 “도움과 정의를 부르짖는 아시아 대륙의 다양한 목소리에 도전 받았습니다”
Joseph Tulloch / 번역 김호열 신부
가난한 이들과 지구, 여성과 젊은이, 곤경에 빠진 가정 등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한 200명 이상의 아시아 지역 주교들이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설립 50주년 총회를 마무리했다. 이번 총회는 아시아 지역에서 라틴 전례를 따르는 가톨릭 교회 주교 및 추기경을 비롯해 시로-말라바르 전례와 시로-말란카라 전례를 따르는 동방 가톨릭 교회의 시노드가 참석한 가운데 지난 10월 12일 시작해 30일 폐막미사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총회는 아시아 지역 사목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최종 문서(‘FABC 총회에서 아시아 민족들에게 보내는 담화’)를 발표했다.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
미얀마 양곤대교구장 겸 FABC 의장 찰스 마웅 보(Charles Maung Bo) 추기경, 인도 뭄바이대교구장 오스왈드 그라시아스(Oswald Gracias) 추기경, 태국 방콕대교구장 겸 태국 주교회의 의장 프랜시스 하비에르 끄리엥삭 꼬비타바니(Francis Xavier Kriengsak Kovithavanij) 추기경, 일본 도쿄대교구장 겸 FABC 사무총장 기쿠치 이사오 타르치시오(Tarcisio Isao Kikuchi) 대주교의 서명이 담긴 최종 문서는 총회 기간 동안 “도움과 정의를 부르짖는 아시아 대륙의 다양한 목소리에 도전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최종 문서는 △가난하고 궁핍하고 소외된 이들의 고통 △난민·이주민·실향민·토착민의 비탄 △자연의 신음 △소외된 젊은이들의 “꿈” △보다 포용적인 교회를 요구하는 여성의 목소리 △보다 안정된 생활을 찾는 가정의 소망 등을 거론했다.
최종 문서는 또한 이 시대의 우려스러운 상황(아시아 대륙의 일부 지역에서 고통받는 교회, 극단주의 고조, 생명 존중 부족, 폭력과 갈등 고조, 디지털 혁명의 양면성)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걸어가야 할 여정
최종 문서는 “복음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근 가르침에서 영감”을 받아 “진정한 경청과 진정한 식별”에 기초해 “사목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총회가 제시한 새로운 여정은 △“변방”으로 나아감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에 응답하기 위한 “사목적이고 생태적인 회심” △이웃 종교와 “진정한 대화”를 나누기 위한 노력 △인권, 빈곤 퇴치, 인신매매 근절 등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각국 정부, NGO 및 시민단체와 협력하며 “원칙적인 참여”에 힘쓸 것을 약속하기 등이다.
타글레 추기경, 폐막미사 집전
총회 강연자로 직접 나서기도 한 교황청 복음화부 장관 직무대행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Luis Antonio Tagle) 추기경이 폐막미사를 집전했다. 타글레 추기경은 강론에서 예수님과 자캐오의 만남을 들려주는 10월 30일 복음(루카 19,1-10 참조) 내용을 다뤘다. 타글레 추기경은 “아시아 민족들의 공동 여정”이라는 이번 총회 주제에 비추어 생각할 때 “오늘 복음사화는 아시아 교회를 위한 세 가지 교훈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예수님께서는 처음에 자캐오가 사는 도시를 지나가시려고 했으나, 그를 만나신 후에는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고 말씀하신다. 타글레 추기경은 이 대목이 함께하는 여정에 대한 중요한 진실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함께하는 여정을 원해야 합니다. 그것을 선택하고 원해야 합니다. 이를 우연에 맡길 수는 없습니다.” 아울러 타글레 추기경은 예수님께서 당신의 여행 동반자로 세리인 자캐오를 선택하셨다고 설명했다. “가장 깨끗한 사람도 아니고, 가장 정직한 사람도 아니고, 흠 없는 사람도 아니고, 사람들이 고맙게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공동체에서 제외된 사람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는 세리였습니다. (…)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다를 수도 있는 사람들과 함께 걷기를 원하십니다.” 끝으로 타글레 추기경은 다음과 같이 되물으며 강론을 마무리했다. “이 여정은 어떤 여정이 될까요? 이 여정의 목적지는 어디인가요? 예수님과 함께하는 여정은 단죄가 아닌 자비의 여정, 함께 마음 아파하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 파멸이 아니라 인내의 여정이 될 것입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