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아송 주교 “캐나다 사도 순방은 원주민에 대한 교회의 최대 노력”
Marine Henriot / 번역 박수현
“화해와 치유”는 7월 24일부터 30일까지 이어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캐나다 사도 순방의 핵심이다. 교황은 지난 7월 17일 삼종기도에서 이번 캐나다 사도 순방이 “참회의 순례”가 될 것이라며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과거 문화적 동화정책에 관여함으로써” “심각한 해를 끼친” “원주민들을 예수님의 이름으로 만나고 포옹하기 위해 캐나다를 방문한다”고 말했다. 생-제롬-몽-로리에교구장 겸 캐나다 주교회의 의장 레이몽 푸아송(Raymond Poisson) 주교는 캐나다 사도 순방의 배경과 그 여정이 가져오는 희망에 대해 설명했다.
이하 레이몽 푸아송 주교와의 일문일답:
이번 교황님의 사도 순방에서 무엇을 기대하시나요?
“교황님의 역사적인 사도 순방은 우리 주교들이 원주민 형제자매들과 화해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 9월부터 요청해 온 몸짓의 일부입니다. ‘기숙학교’에서 일어난 일은 캐나다 역사의 암흑기입니다. 이는 원주민들의 문화에 대한 존중의 문제일 뿐 아니라 캐나다에 대한 존중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캐나다에 최초로 거주한 사람들, 선(先)주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현장에서 원주민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단체를 통해 원주민들과 함께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2019년 12월 원주민 대표단의 로마 방문 가능성과 교황님의 캐나다 방문 가능성에 대해 교황님과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이 방문은 이미 2015년 캐나다 정부의 후원에 힘입어 ‘진실과 화해 위원회’가 요청한 것이고 교황님은 매우 만족해하셨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두 차례 연기된 후, 원주민 대표가 지난 3월 바티칸을 방문했습니다. 이를 통해 첫 번째 화해의 몸짓이 이뤄졌습니다. 이 만남이 두 번이나 연기됐다는 사실이 우리 원주민 형제자매들의 입장에서 이 대표단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난 4월 1일 교황님과의 만남에서 15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인 이유입니다. 그것은 교황님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생존자의 증거를 들으실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교황님은 캐나다 주교단과 함께 그 역사적 시기에 그리스도인들이 저지른 학대에 사과하셨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도 순방은 그 여정의 일부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단계를 의미합니다. 그것은 교황님이 우리 가운데로 오신다는 단순한 사실을 통해 화해의 표지, 말하자면 사과보다는 화해의 표시를 담고 있습니다. 이 기숙학교 중 한 곳에서 교황님은 생존자들을 만나시고 모두를 위한 매우 중요한 인물이자 많은 원주민 공동체의 공경을 받고 있는 성녀 안나의 축일을 기념하여 원주민과 비원주민을 아우르는 모든 이들이 함께한 가운데 미사를 집전하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는 우리가 원주민들과 함께 우리의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데 후속조치가 될 화해의 구체적인 몸짓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알아가는 프로젝트를 비롯해 원주민의 문화와 영성, 역사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3000만 캐나다 달러의 기금을 따로 마련했습니다. 실제로 캐나다 사회 전반은 우리 원주민 형제자매들의 현실과 거리가 멀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확실히 서로를 잘 안다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이번 교황님의 사도 순방은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원주민 보호지역 방문이 상징적인 중요성을 갖는다는 점은 주목할 가치가 있습니다. (…)
“네,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땅에 매우 애착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우리 서양인에게 소유권과 땅의 개념은 주택 개념에만 국한돼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땅이란 집단적 공간이자 공동체적 공간이며 자연과 가까이 있는 영토입니다. 따라서 교황님이 그 땅을 걸으며 ‘저는 여러분과 함께 있고,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일어난 일에 대해 모두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더욱이 우리는 모임이나 두 번의 미사 때에 서로 다른 표지나 상징을 선택했습니다. 특히 춤과 음악을 통해 고유한 색과 풍미를 갖게 될 그리스도교 영성의 몸짓 (…) 이것들은 모두 화해의 몸짓입니다.”
교회와 캐나다의 다양한 원주민 공동체 사이의 현재 관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요?
“캐나다에는 600개 이상의 원주민 공동체가 있습니다. 60개 이상의 민족이 (유럽인들이 캐나다에 들어오기 전부터 살아왔던) 퍼스트 네이션에 속해 있습니다. 그 다음에 전국 차원으로 조직된 메티스가 있고, 이누이트도 있습니다. 이 모든 사람들은 같은 문화를 공유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며 서로 다릅니다. 이번 사도 순방을 준비하면서 퍼스트 네이션, 메티스, 이누이트가 모인 3대 캐나다 원주민 대표단을 하나로 묶어 모두가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각 교구의 교구장은 자신의 교구에 거주하는 원주민 공동체와 연결돼 있습니다. 예컨대 원주민 공동체는 캐나다의 동부보다 서부에 더 많이 집중돼 있습니다. 따라서 교구에 따라 원주민들과 맺는 관계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공동체들의 기대는 매우 열광적이고 긍정적입니다. 모두가 교황님의 사도 순방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모든 이가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모든 이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국가 차원의 준비에서는 다른 측면의 역할이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경험한 것과 같은 위기와 관련해 연방 정부가 정책에 동등하게 관여합니다. 따라서 화해의 몸짓을 취하기 위해 우리는 정부와 함께 일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정부의 교육학이 아니라 교회의 교육학을 따릅니다. 곧, 지역 및 공동체 차원에서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보호구역에 있는 원주민 공동체의 삶을 결코 외면한 적이 없습니다. 비록 다른 방식이긴 하지만 사제와 선교사가 여전히 그 현장에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문화와 영성을 위해 더 많은 여지를 남겨두고 이 문제를 인정할 용기가 있습니다.”
주교님이 지난 봄에 바티칸을 방문하셨을 때 캐나다 원주민 대표단은 교황님에게 전통적인 요람의 일부를 선물로 드렸습니다. 그 다음날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그 요람을 반납하기를 원하셨습니다. 그 의미를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대표단은 기숙학교의 아이들과 관련된 전체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요람의 그 부분을 가지고 온 것입니다. 분명히 교황님은 그것을 받아주셨습니다. 사실 교황님은 그 선물을 받게 될 줄 모르셨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요람에 대해 말씀을 드렸고 교황님은 요람을 되돌려주라고 요청하셨습니다. 한마디로 ‘제가 직접 와서 그곳을 보고, 여러분과 이야기하고, 여러분의 말에 또 한 번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씀하신 셈이었습니다. 다음에 교황님을 뵐 때 그 요람이 또 있을지 모르겠네요. (...)”
캐나다 사회에서 원주민들은 계속해서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교황님의 사도 순방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우리는 교황님의 이번 사도 순방이 ‘진실과 화해 위원회’가 처음부터 사과와 교황 방문을 요청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기는 데 도움이 되는 또 다른 단계가 되길 바랍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단계는 이미 수행됐으므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과거 일을 잊지 않고 사과의 중요성을 잊지 않고 말입니다. 화해의 구체적인 몸짓을 취함으로써 삶, 오늘과 내일을 위한 삶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위한 예비기금이 있습니다. 교황님의 방문을 통해 우리는 닫지 않고 잊지 않을 책의 한 페이지를 넘기고 새로운 프로젝트로 새 페이지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미래의 다른 언어를 생각해야 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회는 캐나다 사회에 대한 봉사를 나타냅니다. 왜냐하면 캐나다 사회가 전반적으로 화해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교회의 구성원들이 1876년 원주민법을 적용하는 데 협력했던 방식과 관련해 오늘날 교회의 책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교회가 이 법을 적용하는 데 관여했다고 생각할 수 없으며, 대신 우리가 기숙학교를 매일 관리하는 일에 관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시스템은 정부와 연방이었습니다. 원주민에 관한 법률과 영토 및 보호구역 관리에 관한 법률이 있다면, 교회도 원주민과 함께 있다는 의미에서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그러한 법률에 대한 책임이 없으며 이에 대해 답할 수도 없습니다. 그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화해의 몸짓이 예를 들어 원주민의 식수 접근성과 교육에 대해 정부가 반성하도록 유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는 우리의 특별한 책임에 따라 함께 시작하는 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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