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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거짓 약속에 현혹되는 인신매매 피해자들 종종 거짓 약속에 현혹되는 인신매매 피해자들 

교황 “인신매매는 경제적 이익 추구를 위한 수치스러운 상처”

프란치스코 교황은 2월 6일 연중 제5주일 삼종기도에서 오는 2월 8일 예정된 세계 인신매매 반대 기도의 날을 언급했다. 올해 기도의 날은 세계의 여성과 소녀들의 착취 상황에 중점을 둔다. 국제 네트워크 탈리타쿰의 가브리엘라 보타니 수녀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여성으로서 우리의 특수성을 인정받고, 모든 이의 선을 위해 우리의 역량을 자유롭게 펼쳐나갈 수 있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Adriana Masotti / 번역 이정숙

프란치스코 교황이 2월 6일 연중 제5주일 삼종기도에서 성녀 요세피나 바키타 동정녀 기념일인 오는 2월 8일 세계 인신매매 반대를 위한 기도의 날을 거행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인신매매를 가리켜 “인간에 대한 어떠한 존중도 없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수치스러운 행동으로 생긴 깊은 상처”라고 강조했다. “거리에서 만나는 자유롭지 못한 많은 소녀들이 인신매매범의 노예가 되어 강제로 일하도록 내몰리고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구타를 당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진지하게 이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돌봄의 힘

“돌봄의 힘: 여성, 경제, 인신매매”는 탈리타쿰(Talitha Kum)이 주관하는 제8차 세계 인신매매 반대 기도의 날의 주제다. 탈리타쿰은 지난 2009년부터 활동하는 인신매매 반대 봉헌생활회 국제 네트워크로, 3000명 이상의 다양한 수도회 수녀들로 구성돼 있다. 세계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UISG)는 전 세계 수많은 단체들과 함께 탈리타쿰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기도의 날은 경제와 인신매매 현상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던 이전 기도의 날의 주제를 다시 소환한다. 2022년 기도의 날은 여성을 성찰의 중심에 둘 것을 제안하고 있다. 실제로 인신매매 폭력에 가장 큰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바로 여성이다. 동시에 여성은 착취의 경제를 돌봄의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근본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여성은 변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인신매매 사업을 확대하고 취약한 환경을 악화시키며 가장 약한 이들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특히 남녀 차별이 큰 폭으로 벌어지면서 지배적인 경제 모델에 의해 여성이 불이익을 당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탈리타쿰은 착취에 기반한 경제의 실패에 직면해 여성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도록 부름받았다고 주장한다. 곧, 모든 이를 포용하는 공동의 집(지구)을 돌보는 데 기반을 둔 경제 시스템을 실현하기 위해 여성이 변화의 주역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노예가 되고, 착취를 당하고, 일이나 쾌락의 도구로 학대를 당하고, 종종 고문을 당하거나 장기 적출의 대상이 되는 어린이와 어른들을 돕기 위해 헌신하는 모든 이들을 격려합니다. 이 수치스러운 상처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정부 책임자들이 과감히 노력하기를 촉구합니다. 우리가 저마다 존엄을 짓밟히는 우리 형제자매들의 목소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느끼도록 합시다.”(프란치스코 교황, 2015년 2월 8일 삼종기도 후 인사말)

마르타 성녀 수녀회의 가브리엘라 보타니(Gabriella Bottani) 수녀는 여러 해 동안 브라질에서 선교를 했다. 지금은 탈리타쿰의 국제 담당자 겸 세계 인신매매 반대 기도의 날 준비위원이다. 가브리엘라 수녀는 착취 피해자인 많은 여성과 오랫동안 만났다. 피해자 여성들은 자기 자신과 가족을 위해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찾기 위해 종종 속임을 당하면서 고국에서 쫓겨나오는 고통을 겪었다. 노예살이에서 해방된 이들과도 오랫동안 만난 가브리엘라 수녀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돌봄, 여성, 인신매매, 경제 간의 연관성을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이하 가브리엘라 보타니 수녀와의 일문일답:

가브리엘라 보타니 수녀님, 인신매매 반대 기도의 날 주제인 “돌봄의 힘: 여성, 경제, 인신매매”는 이 모든 현실을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인신매매와 경제의 연관성을 설명해 주시겠어요?

“이 단어들을 이렇게 함께 두면 실제로 복잡한 상황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합니다. 사실 우리가 인신매매를 실제로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 연관성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직업과 기회를 찾아 나섰다가 인신매매범들의 손에 넘어간 대다수의 사람들을 예로 들어봅시다. 그 이유 중 하나를 말하자면 도착지에서 이들에게 더 나은 삶이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인신매매범들의 손에 넘어가는 것입니다. 직업의 불안정, 노동 착취가 만연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중남미의 현실이 생각납니다. 이러한 현상들이 들불처럼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선진국이라 불리는 서방 국가에서도 이런 일들이 일어납니다. 이 착취의 역학은 빈곤한 이들에게 점점 더 많은 불이익을 주는 경제를 유지하게 합니다. 그것이 착취와 인신매매의 근간을 이루는 경제의 역학입니다.”

인신매매 피해자의 72퍼센트가 여성과 소녀라고 한다면, 성매매를 위한 인신매매와 관련해 그 비율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착취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시장이 성매매 시장입니다. 그러므로 강제 성매매는 여전히 여성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비극입니다. 이러한 종류의 노예살이에 반대하는 싸움에서는 어느 정도 진전이 있나요? 적어도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나요?

“여성과 소녀들에게 영향을 주는 비극이자 생존과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성매매를 강요하는 비극입니다. 이는 여전히 여성들을 복종 상태로 유지하는 폭력적인 시스템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이를 용인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성으로서 우리의 아름다움은 절대적으로 평가되고 인정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성장하고, 사회 발전에 기여하며, 품위 있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지길 바랍니다. 기존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절대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인식을 제고하고 이 문제에 대해 사람들의 폭넓은 토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더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론을 환기시키는 작업과 관련해 착취로 이어지는 관계의 위기 문제를 깊이 다뤄야 합니다. 또한 상호 존중의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성찰하면서 사고방식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현실을 바꿀 수 없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제안은 다른 세상을 건설하기 위한 성찰 그리고 남녀 사이의 관계, 사회적 관계에 대한 변화의 전 과정에서 따라야 하는 첫걸음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것이 성매매자들을 처벌하는 것만큼 중요합니다.”

인신매매 반대 시위
인신매매 반대 시위

이 기도의 날에 주목을 받은 ‘돌봄의 힘’은 인신매매와 모든 형태의 착취를 근절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로 하여금 돌봄의 가치가 내면의 것이 아니라, 혁명의 행동, 우리가 서로 관계를 맺고 환경과 사회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행동이라는 것을 다시금 발견하도록 했습니다. 돌본다는 것은 ‘내가 관심이 있기 때문에 돌본다’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교황님도 누차 말씀하셨듯이, 확실히 세계 경제의 전체 기계를 움직이는 것은 이자, 이윤, 금융 이익만은 아닙니다. 그러한 것들은 인간뿐만 아니라 환경까지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돌봄이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창조하시면서 세상을 돌보셨습니다. 우리는 이 하느님의 행동에 기여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돌봄에 대해 말할 때, 사회나 남성에게서 사람들을 돌보도록 위탁된 사람들이 여성들이라고, 이러한 활동은 일반적으로 인정받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어린 자녀, 집에 있는 환자, 연로한 부모님 (...) 을 주로 돌보는 사람은 우선 여성입니다. 물론 우리는 여기서 ‘돌봄’을 사고방식의 변화라는 다른 의미로 말하고 있지만요.

“정확히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우리 여성들은 착취와 우리의 일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고방식 속에서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사람으로 내몰렸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소외된 존재였기에 성찰을 계속할 수 있었고, 이제 파괴와 착취의 역학에 얽매이지 않는 돌봄의 방식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가치를 인정하고 관계 안에서 서로를 보살피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인간으로서 서로를 돌보고 서로를 보살피도록 부름받았습니다.”

바키타 성녀를 주제로 한 동상
바키타 성녀를 주제로 한 동상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관련 실직 등 (...) 경제 위기로 가장 많은 대가를 치른 사람은 여성이라고 합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생활 여건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도 여성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피해자인 여성들이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지요? 

“우리가 여성을 피해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가장 큰 취약성의 조건에 우리를 내몰고 착취하는 시스템의 피해자가 됐습니다. 시선을 바꾸고, 여성을 사회와 삶에 선을 줄 수 있는 자원으로 생각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여성을 보호해야 할 피해자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사실이 아니니까요. 다양한 방법과 형태의 힘이 있습니다. 여성으로서 우리의 잠재력을 표현하지 못하게 만드는 모든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수년 동안 저는 인신매매 반대에 헌신하는 수녀들의 세계적 네트워크를 조정해 왔습니다. 네트워크의 이름은 ‘일어나라’라는 뜻을 지닌 탈리타쿰입니다. 참 아름답죠. 저는 처음부터 ‘일어나라’가 우리 각자에게 하는 말이라는 점, 그리스도와의 만남에서 그리고 내면에서 오는 힘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이것이 제가 꾸는 꿈이자 기도의 날에 저희가 바라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눈으로 우리를 볼 수 있고 이 시선으로 우리의 존재 가치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인신매매와 그로부터의 해방의 상징은 지난 2000년 10월 1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에 의해 성인품에 오른 수단 출신의 성녀 요세피나 바키타 수녀님입니다. 우리에게 성녀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성녀 요세피나 바키타 수녀님은 인신매매 반대와 인신매매 피해자를 비롯해 해방의 길에 있는 사람들, 어떤 식으로든 성녀를 만났던 사람들,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로부터 여러 해 전부터 이미 성녀로 불렸습니다. 아래로부터 생겨난 이것이 저로 하여금 바키타 성녀를 여정의 자매로 느끼게 합니다. 성 베드로 광장에서 교황님께 소개된 ‘억눌린 이들을 자유롭게 하라(Let the oppressed go free)’는 제목의 동상은 조각가 티모시 슈말츠(Timothy Schmalz)의 작품인데요. 바키타 성녀가 인신매매 피해자들,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착취당하거나 팔려나간 사람들을 풀어주려고 맨홀 뚜껑을 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단순한 행동으로 우리를 격려하고, 힘을 주며, 범죄를 드러나게 하도록 돕고, 이 여정에서 우리를 지원하며, 특히 자신이 경험한 삶과 사랑의 힘으로 우리에게 모범을 보여주는 여성이 바로 바키타 성녀입니다. 이 사랑이 진정으로 감동을 줄 수 있길, 인신매매의 폭력으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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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2월 2022, 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