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라우렌시오 “가난한 사람들은 교회의 별이자 보물입니다”
Amedeo Lomonaco / 번역 박수현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에 이어 로마의 세 번째 수호성인 성 라우렌시오는 3세기 초 스페인에서 태어나 그리스도인들이 박해받던 시대에 활동한 로마 교회의 부제다. 성 라우렌시오는 가난한 사람, 고아와 과부를 돕기 위해 교회의 재산과 헌금을 관리했다. 서기 258년 모든 주교와 사제, 부제를 사형에 처하라는 발레리아노 황제의 칙령에 따라 8월 6일 식스토 2세 교황이 순교했다. 그러나 박해자들은 먼저 교회 재산을 몰수하기 위해 관리자인 성 라우렌시오를 살려뒀다. 로마 집정관이 교회 재산과 그 목록을 작성하라고 허락한 3일이 지나기 전, 라우렌시오 성인은 당시 교회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3일 뒤 로마 집정관이 재산을 요구하자 성 라우렌시오는 수많은 가난한 사람과 불구자, 시각 장애인을 데려와 로마 집정관 앞에 세웠다. 성 라우렌시오는 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사람들이 교회의 재산입니다.”
식스토 2세 교황이 선종한 지 나흘 만에 성 라우렌시오도 순교했다. 순교한 날은 8월 10일이며, 성 암브로시오가 수집한 초기 시대의 「수난」(passione)에 따르면, 성 라우렌시오는 석쇠 위에서 태워져 죽임을 당했다. 성 암브로시오는 「성직자의 의무」(De officiis ministrorum)에서 성 라우렌시오가 순교하러 가는 도중 길에서 식스토 2세 교황을 마주쳤던 순간을 잊지 말자고 말한다. 이 본문에서 성 라우렌시오는 식스토 2세 교황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다. “아버지, 아들 없이 어디로 가십니까? 거룩한 사제(sacerdos)여, 당신의 부제(diaconus) 없이 어디로 서둘러 가십니까? 당신은 한 번도 봉사자(minister) 없이 희생 제사를 바치지 않으셨습니다. 아버지, 제가 당신을 언짢게 해 드린 것이 무엇입니까? 당신은 저를 부당하다고 하신 적이 없지 않습니까? 당신이 합당한 봉사자를 뽑으셨는지 분명히 살펴보십시오. 당신은 저에게 주님 피의 축성을 맡기셨고, 성사 집전에 참여하게 해 주셨는데, 이제 당신 피에 동참하는 것을 거절하시는 겁니까?”(「성직자의 의무」, 205항)
성 라우렌시오의 발자취
서기 258년 순교한 로마 교회의 부제 성 라우렌시오의 증언은 역사적 시대를 초월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1년 6월 19일 로마교구의 종신부제들과의 만남에서 성 라우렌시오의 모범을 현재의 도전과 연결시켰다. 당시 교황은 “교회의 뿌리로 돌아가라”고 촉구했다.
“사제 수의 감소는 비록 중요하지만 부제 고유의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 대체 업무들을 부제들로 하여금 맡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대체 업무들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하느님 백성에 대한 봉사에 대해 ‘전례와 말씀과 사랑의 디아코니아(Diaconia,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고 교회의 자선활동을 하는 곳)’에 대해 말한 후, 부제들에게 무엇보다도 ‘자선과 관리의 직무에 헌신하도록’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구절은 부제들이 신자들의 요청, 특히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의 요청에 주교를 대신해 신자들을 보살피던 초세기를 떠올려 줍니다. 이러한 오래된 전통이 로마 교회의 뿌리로 거슬러 올라가게 합니다. 저는 성 라우렌시오 ‘디아코니아’뿐 아니라, ‘디아코니아’를 선정하여 임무를 부여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로마 제국의 대도시에는 본당과 구별되는 7개의 장소에 ‘디아코니아’가 조직돼 있었는데, 도시마다 나뉘어 도시 전체에 분산돼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부제들은 전체 그리스도교 공동체, 특히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광범위한 일을 수행했습니다. 곧, 사도행전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들 중에 가난한 이들이 없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로마에서 성 스타니슬라오 교회 내 ‘디아코니아’를 통해 이 오래된 전통을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이유입니다.”
떨어지는 별들
성 라우렌시오의 밤은 전통적으로 유성 현상과 관련이 있다. 유성들은 성 라우렌시오가 순교할 당시 불타는 불씨를 연상시킨다고 간주된다. 이 기간 동안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지구를 찾는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시인 조반니 파스콜리(Giovanni Pascoli)는 ‘8월 10일(X Agosto)’이라는 시에서 성 라우렌시오의 순교를 슬퍼하며 수없이 떨어지는 별들의 “소나기”가 하늘의 눈물처럼 떨어져 강이 된다고 노래했다.
“성 라우렌시오여,
저는 압니다
고요한 대기에서
저 많은 별들이
타오르고 떨어지는 이유를
드넓은 하늘에서
큰 슬픔으로 반짝이는 이유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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