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핵폭발의 상처 딛고 패럴림픽 통한 큰 희망으로
Andrea De Angelis / 번역 이재협 신부
2020 도쿄 올림픽, 아쉬움 섞인 기쁨
2020 올림픽 개최 도시가 도쿄로 선정됐을 때, 많은 사람들은 지난 15일간 열린 올림픽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기대했다. 일본은 1964년 이후 역사상 두 번째로 올림픽을 개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은 올림픽을 1년 지연시켰을 뿐 아니라, 관중없이 모든 경기를 치르게 했다. 무관중 경기는 올림픽의 전체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입장료 수입 및 관광수입의 감소는 물론 후원사의 후원 감소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올림픽 정신은 강력했다. 올림픽 기간 동안의 페어 플레이를 통해 매 순간 우정의 역사가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현재 도쿄의 분위기는 어떨까? 「바티칸 뉴스」는 교황청 외방전교회(PIME) 선교사로 10년 넘게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드레아 렘보(Andrea Lembo) 신부와 이야기를 나눴다.
“올림픽 연기로 인해 개최를 위한 여러 조직적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올림픽에 대한 열기 감소, 방문을 계획했던 수많은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해 투자한 막대한 자본의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올림픽 연기 결정은 어떤 측면에서 정책적인 결정이었지만, 사회 내에서 올림픽 개최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이 함께 존재했습니다. 그럼에도 올림픽은 개최됐고, 비록 관중은 없었지만 선수들의 노력, 헌신, 희생이 중계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특히 저녁과 주말에 편성된 경기는 많은 사람들이 시청했죠.” 그렇다면 젊은이들은 이 올림픽을 어떻게 경험했을까? “이곳의 젊은이들은 스포츠 정신을 재발견하면서 열정적으로 올림픽을 즐겼습니다. 올림픽 경기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사람들도 많은 스포츠 활동을 즐깁니다. 그곳에도 올림픽 정신이 숨쉬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의 과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교회는 빈곤의 증가로 인해 가정과 노숙자를 돌보는 최전선에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큰 어려움을 초래했으며, 올림픽이 빛을 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패럴림픽과 가장 취약한 이들에 대한 관심
패럴림픽은 오는 8월 25일 개막한다. 일본 내에선 이번 패럴림픽에 어떤 기대를 걸고 있을까? 안드레아 신부는 “많은 이들이 이번 패럴림픽을 기대하고 있으며 일각에선 올림픽보다 더 기대하고 있다”며, 그에 대한 두 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먼저 패럴림픽 기간은 일본의 긴 연휴 기간과 맞물려 있습니다. 따라서 더 많은 사람들이 패럴림픽을 시청하리라 예상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일본 사회가 장애인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본은 이번 행사를 통해 장애인, 곧 선천적으로 혹은 사고로 인해 힘들고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자신들의 관심과 비전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합니다. 그들도 인생을 즐기고, 경기에 참여하고, 노력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보여주면서 말이죠. 이 모든 것은 용기와 희망, 자기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역량이 우리를 참 인간의 모습으로 이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패럴림픽은 언제나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삶은 아름답다’는 목적지에 도달하려는 목표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월함을 요구하고 성과주의가 강조되는 사회에서는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이에게 큰 격려가 될 것입니다.” 특히 젊은이들을 위해 그러하다. “새로운 세대를 위해 미래를 건설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패럴림픽은 분명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한 참된 자극이 될 것입니다.”
핵폭탄에서 올림픽 성화까지
지금 일본은 새로운 감동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미국의 핵폭탄이 떨어졌던 일본 역사의 가장 고통스러운 한 페이지를 기억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가사키대교구장 타카미 미쓰아키 요셉(Joseph Mitsuaki Takami) 대주교는 이 두 역사적 순간을 함께 기념하는 의미를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한 바 있다. 안드레아 신부 또한 이 두 사건을 함께 보내는 시간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두 역사적 사건을 같은 시기에 보내는 것은 아름다운 우연입니다. 지난달 일본대법원이 핵폭탄 희생자와 피해자들의 거주 지역을 확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사회·보건적 혜택을 받는 이들입니다. 이 결정에 의해 오늘날 방사능이 유발한 암과 질병에 걸린 또 다른 수백 명의 사람들이 수천명 정도의 원폭 생존 희생자 그룹에 포함됐어요. 일본 정부는 이 비극적 사건의 영향이 한 세대 혹은 한 구역 안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안드레아 신부는 1945년 8월 6-9일을 기억하는 예식이 큰 중요성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매년 일본은 평화를 묵상하고 전쟁의 부조리를 규탄합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과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여러 번 이 사실을 강조하셨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교회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핵무기 소유와 핵무기 자체에 대한 성찰을 위해 큰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젊은이들 곁에서
안드레아 신부는 지난달부터 젊은이들의 인격형성과 그리스도교적 성장 과정을 돕는 ‘진리·생명’이라는 이름의 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다. 도쿄대교구가 1930년대에 설립한 ‘진리·생명’ 센터는 만남과 공존의 순간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센터 설립 당시 젊은이들은 매우 강력한 제국주의의 힘 아래에서 획일적 사고를 강요받으며 살았습니다. 그 당시 복음을 전하기 위해 생겨난 ‘진리·생명’ 센터는 오늘날 많이 성장했습니다. 이곳을 관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저와 저희 외방전교회 모두에게 큰 영광입니다. 물론 동시에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저희는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인류의 여정 중 가장 비극적인 경험을 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예수님과 복음을 전하려 노력합니다. 병자, 갈라진 가정,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들처럼, 특히 외로움을 겪는 이들을 먼저 생각합니다. 저희는 언제나 곁에 있는 이들에게 관심을 두고 다양한 형태의 일상생활을 통해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복음의 산소를 불어넣고 성장시키는 씨앗이 되고자 합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더욱 문을 걸어 잠근 세상에서 국제적 만남을 장려하고, 여러 문화, 언어, 전통의 형제자매 사이에서 참된 만남의 아름다움을 회복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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