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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9일 피살된 프랑스 몽포르의 마리아 선교회 관구장 올리비에 메르 신부 2021년 8월 9일 피살된 프랑스 몽포르의 마리아 선교회 관구장 올리비에 메르 신부 

올리비에 메르 신부, 두려워하지 않았던 환대의 증인

지난 8월 9일 프랑스 방데에서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 의해 몽포르의 마리아 선교회의 관구장 올리비에 메르 신부가 피살됐다. 메르 신부는 가해자를 돌보고 있었다. 이 사건으로 프랑스 교회는 다시 두려움으로 움츠려들었다.

Amedeo Lomonaco / 번역 이창욱

1년 전 낭트 주교좌성당에 불을 질렀던 르완다 출신의 그 난민은 프랑스에서 살고 있었다.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겪으며 보호관찰을 받던 이 남성은 몽포르의 마리아 선교회의 관구장 올리비에 메르(Olivier Maire) 신부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앞서 메르 신부는 지난 6월 초 법원의 보호관찰제도에 따라 석방된 엠마누엘 아바이센가를 주저 없이 받아들이기도 했다. 메르 신부는 방데의 서쪽에 위치한 생로랑쉬르세브르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르완다 출신의 이 용의자는 사건 이후 모르타뉴쉬르세브르 경찰서로 찾아가 메르 신부를 죽였다고 자백했다. 프랑스 주교회의 의장 에릭 드 물랭-보포르(Éric de Moulins-Beaufort) 대주교는 메르 신부가 “누구든지 조건 없이 환대하면서 마지막까지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자크 아멜(Jacques Hamel) 신부가 루앙 지역의 성당에서 기도하던 중 다에시(Daesi, 자칭 이슬람국가)에 충성을 맹세한 두 명의 극단주의자에 의해 잔인하게 피살된 지 5년이 지났다. 메르 신부의 경우, 조사관들은 테러 동기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프랑스 교회는 다시 두려움으로 움츠려들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의 모든 가톨릭 신자들에게 친밀함과 연대를 표했고, 장 카스텍스 총리도 이번 사건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프랑스 주교단의 고통

올리비에 메르 신부의 피살 이후 프랑스 주교회의와 프랑스의 수도회 연합회는 큰 슬픔을 표했다. 프랑스 주교단은 몽포르의 마리아 선교회 회원들과 가족에게 기도를 약속했다. 루앙대교구장 도미니크 르브룅(Dominique Lebrun) 대주교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주님의 기도”의 첫마디인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와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끝마디를 떠올렸다. 그는 그리스도인이 매일 이 기도를 바치며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들을 위해 바라시는 형제애 안에서 평화를 되찾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느님께서는 선의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그 사람의 주변과 그 사람의 내면에 있는 모든 폭력에 맞서 싸우길 원하신다”며, 그리스도인의 무기는 “정의, 평화, 용서”의 무기라고 말했다. “오는 8월 15일 우리는 방데 지역에서 프랑스를 위해 동정녀 마리아께 진심으로 열심히 기도할 것입니다.” 뤼숑교구장 프랑수와 자콜랭(François Jacolin) 주교는 다음과 같이 올리비에 메르 신부를 기억했다. “하느님을 위해, 모든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헌신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동시에 신앙에 있어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직접 말씀하셨습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 타인에게 생명을 내어주신 올리비에 메르 신부님의 삶을 생각할 때, 이 말씀이 제게 떠오릅니다.”

사랑의 순교자

뤼숑교구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메르 신부는 깊은 신앙과 열린 마음을 지닌 사제로 잘 알려져 있다. “올리비에 메르 신부님은 관대함의 희생자, 사랑의 순교자로 선종하셨습니다.” 뤼숑교구는 올리비에 메르 신부가 “교회 교부들과 그리스 교부들에게 열정적이었던 성서학자였으며 심리학도 전공했다”고 밝혔다. “메르 신부님에게 있어서 300년 전 집필된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 마리아 그리뇽의 저서들은 신앙을 살아내고 신앙을 설명하기 위한 모든 실천 사항을 보존하고 있었습니다.” 국제 몽포르 영성 모임에서 메르 신부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강생하시고 영원하신 지혜께서 우리를 부르십니다. (...) 영원한 지혜이신 하느님께서는 우리 없이 행복할 수 없다고 외치시며, 우리를 앞서시고, 우리를 열망하시며,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 외에 다른 뜻을 두지 않으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없이 행복할 수 없으십니다.”

프랑스 남녀 수도자들의 두려움

프랑스 남녀수도회장상연합회(Corref) 회장 베로니크 마르그뇽(Véronique Margron) 수녀는 「바티칸 뉴스」의 프랑스어판 인터뷰에서 “우리의 반응은 두려움”이라며 “평화의 사람이 피살되고 있음을 생각하면 두렵다”고 말했다. 베로니크 마르그뇽 수녀는 정신건강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틀림없는 그 사람을 몽포르의 마리아 선교회의 선교사들이 환대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두려움 외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과 무기력감”도 있다고 덧붙였다.

베로니크 마르그뇽 수녀는 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이 정신적인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용의자는 앞서 낭트 주교좌성당에 불을 지른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당시 수사에서 그가 위험한 행동을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베로니크 마르그뇽 수녀는 “무엇보다 우리의 깊은 고통의 표현을 기억하는 것”이 현재 남녀 수도자들뿐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메르 신부님과 함께 살았던 형제들, 신부님의 부모님과 친척들, 몽포르의 마리아 선교회의 모든 가족과 이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울러 이번 사건에서 혹시 실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일이 두 번째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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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8월 2021, 2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