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페두사 바다에서 숨진 난민들을 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기도 (2013년 7월 8일) 람페두사 바다에서 숨진 난민들을 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기도 (2013년 7월 8일) 

‘바다 주일’... 이탈리아 전국, 지중해서 사망한 난민 위해 기도

7월 11일은 해양산업 종사자들과 해양사목 담당 사제들을 기억하는 날이자 성 베네딕토 축일이다. 이날을 위해 이탈리아 주교회의는 이탈리아 내 모든 미사에서 “보편 지향 기도” 중 “희망의 미래를 찾아”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기도를 바치라고 요청했다. 이탈리아 주교회의 이주민 재단 이사장 페레고 대주교는 “지중해는 인신매매범들의 바다가 아니라 우리의 바다(Mare nostrum)로 되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Alessandro Di Bussolo / 번역 박수현

모든 이주민들, 특히 희망의 미래를 찾아나선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에게 “아버지 하느님의 얼굴을 비추소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는 가족들의 마음에 주님께서 위로와 위안의 말씀을 속삭여주소서.” 이탈리아 주교회의(이하 CEI)는 ‘바다 주일’이자 유럽의 수호성인 베네딕토 성인의 축일인 7월 11일 주일 모든 본당의 미사에서 이 같은 특별한 “보편 지향 기도”를 바치라고 초대했다. 

이탈리아, 170만 명의 해양산업 종사자들

이날은 해마다 170만 명의 해양산업 종사자들을 비롯해 해양사목 사도직 ‘스텔라 마리스(Stella Maris, 바다의 별)’의 많은 사목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을 기억하는 날이기도 하다. CEI 해양사도직 사목국장 브루노 비냐미 신부는 휴가와 관광의 관점에서만 바다를 생각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바다는 우리를 매료시키고 변화시키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바다의 비극을 잊어선 안 됩니다. 희망을 품고 떠난 여정 도중 사망한 이주민들과 수개월 동안 지속되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곤경에 빠진 바다 선원들 그리고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해 오염되는 해양 환경을 기억합시다.”

성 베네딕토와 같은 “평화의 전달자이자 문명의 교사들”

CEI는 성 베네딕토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지중해와 육상 경로에서 사망한 이주민을 기리는 기도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유럽의 수호성인이자 평화의 전달자요 문명의 교사인 성 베네딕토의 모범”을 따르길 권고했다. CEI는 또한 그러한 비극들이 “우리의 양심을 깨우치길 바란다”며 “이주 현상을 명확하게 바라볼 것”을 요청했다. 또한 세계이주기구(IOM)의 극적인 수치를 떠올렸다. 2021년 첫 5개월 동안 중부 지중해에서 632명의 이주민들이 사망했으며 이는 작년 대비 200퍼센트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173명은 신원이 확인됐으나 459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지중해 항로, 하루 4명 이상 사망

CEI는 하루 4명 이상의 난민들이 목숨을 잃는다고 강조했다. 불행히도 최근 비극적인 난파선 사고의 희생자들과 작년에 엄청나게 증가한 카나리아 제도를 포함한 다른 해상 경로의 희생자들 그리고 사하라 사막과 리비아 또는 발칸 반도에서 세상을 떠난 수많은 형제자매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13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삼종기도 훈화에서 비극적으로 언급한 대로, CEI는 “지중해가 유럽에서 가장 큰 공동묘지가 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CEI는 “난민들에게 마음을 열라”고 권고하는 한편, 교회 공동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탈리아와 유럽 해안에 도달하는 동안 목숨을 잃었는지를 잊지 않도록” 초대했다. 

기도 전문

기도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모든 이주민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특히 희망의 미래를 찾아 바다로 항해하다 목숨을 잃은 이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하느님 아버지, 출신 배경을 넘어 그들에게 당신의 얼굴을 비추소서. 주님의 축복이 주님 왕국의 항구를 향하는 세상의 파도 한가운데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하소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는 가족들의 마음에 주님께서 위로와 위안의 말씀을 속삭여주소서.”

“성령께서 물 위를 감도시어 더 이상 바다가 사람들의 묘지가 아니라 생명의 근원이 되게 하소서. 또한 통치자들의 마음을 깨우쳐 주시어 정의롭고 연대적인 법을 통해 우리의 바다가 유럽의 수호성인 성 베네딕토의 전구를 통해 나라 사이를 잇는 다리가 되고, 평화의 바다, 민족과 문화의 형제애의 희망이 되게 하소서. 기도합시다.”

페레고 대주교 “유럽은 망명권을 재고해야 합니다”

이 기도를 드리는 동안 우리의 마음속에 품어야 할 심상이 무엇인지와 관련해 「바티칸 뉴스」는 페라라-코마키오대교구장 겸 CEI 이주민 재단 이사장 지안카를로 페레고(Giancarlo Perego) 대주교와 일문일답을 나눴다. 

이하 페레고 대주교와의 일문일답:

“두 가지의 모습이 있습니다. 첫째는 성 베네딕토의 모습입니다. 이번 주일이 유럽의 수호성인인 베네딕토 성인의 축일이기 때문입니다. 곧, 기도와 노동과 관심으로 이방인을 환대하는 성인의 모습을 모델로 삼았습니다. 우리는 이 이미지를 2억7000만 명의 이주민·난민들과 올해 이탈리아 해안에 상륙한 2만2300명의 사람들을 맞아들이는 데 영감을 준 모델로 삼았습니다. 둘째는 자신의 삶을 위해 안전한 상황을 찾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 어린이들, 청소년들, 청년들의 모습입니다. 이들은 주로 방글라데시, 수단, 말리, 튀니지, 모로코와 같은 국가에서 출발하여 주로 이탈리아 해안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초 몇 달 동안만 해도 땅을 밟지 못하고 사망한 이들이 650명에 이르고, 지난 2017년부터 현재까지 7000명이 그렇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들은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죽은 것 같습니다. 베네딕토 성인의 정신으로 그리스도인들의 연대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

“저는 CEI 의장단의 권고에 따라 기도에 전념하는 베네딕토 성인을 기념하는 이날, 무엇보다도 정치인들이 이러한 망명권에 직면했을 때 자신들의 양심을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정치인들은 이 현상을 관장하고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중요한 모든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정책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유럽의 공동 가족으로서 지중해를 관리하는 데 중요하게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 오늘날 지중해는 자유를 바라는 이들, 자녀를 기르기 위한 나라를 찾는 이들, 일자리를 찾는 이들, 위태로운 고국을 떠나 안전한 곳을 찾는 이들의 여행길입니다.”

올해 이주하는 난민이 적다는 사실이 이러한 무관심을 증가시키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나 대주교님이 제안하신 기도에서 말했듯, 우리의 바다(Mare Nostrum)가 정의롭고 연대적인 법으로 인해 유럽에서 가장 큰 공동묘지가 아니라 민족과 문화의 형제애의 다리가 되게 하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첫 번째 중요한 측면은 지중해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우리의 바다 작전(Operation Mare Nostrum, 이탈리아군과 유럽연합이 함께 추진했던 난민 순찰 작전의 명칭)’과 마찬가지로 대규모의 유럽 인도주의적 작전을 통해 다시 한 번 통제됐다는 것입니다. 이 작전은 바다를 더 이상 인신매매범이나 혹은 수용을 거부하고 배척하는 사람들의 것으로 보지 않고 우리의 바다로 삼을 수 있게 했습니다. 이는 곧 안전을 찾으며 망명권과 같은 기본권으로 보호를 요청하는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바다로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올해 도착한 2만2300명의 사람들뿐 아니라, 6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도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부당한 많은 사람들, 종종 죽음과 폭력에 노출된 감옥, 리비아의 수용소로 내몰린 다른 많은 사람들도 살펴보는 것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는 무엇보다도 젊은 사람들, 여성, 심지어 미성년자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무엇보다 이 바다를 우리의 바다로 만드는 것이 정치인들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확실히 중요한,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망명권의 개혁, 더블린 조약(Dublin Regulation)의 개혁이 이 사람들을 환영하는 27개 유럽 국가 모두의 공동 연대의 약속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미래를 찾고 있습니다. 특히 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앞으로 몇 년 동안 노동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유럽은 죽어가고 있으며 충분한 노동인력이 없습니다. 지속적으로 인력과 정보를 찾고 있으므로 이탈리아에서도 이주는 유럽의 삶에 큰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유럽이 진정으로 안전과 자유를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공동의 집이 되기를 바랍니다. 환대를 받는다면 그들 역시 최선을 다할 수 있습니다.”

기도는 확실히 세상을 움직입니다. 그러나 이주 재단으로서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는 사람들과의 연대의 구체적인 약속으로 이탈리아 가톨릭 신자들에게 무엇을 제안하고 있나요?

“최근 몇 년 동안, 무엇보다도 우리 본당과 수도회에 매우 중요한 네트워크가 생겨 오늘날에도 1만5000명에서 2만 명 사이의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습니다. 여러 가정들이 참여한 환대도 있었습니다. 소년들을 집으로 맞이한 가정이 약 1000여 가구입니다. 이로 인해 보호자가 없는 미성년자, 특히 15-17세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법률을 촉구하게 됐습니다. 가톨릭 협회는 수차례 우리 영토에서 매우 널리 퍼진 가톨릭 자원봉사활동인 카리타스 네트워크를 통한 봉사와 표징이 되는 실험의 최전선에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는) 안전을 위해 피난을 선택한 사람들과 가까이하게 만드는 구체적인 행동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이탈리아 가톨릭 신자들에게 있어서 이민 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이는 이탈리아 가톨릭 신자들의 사회적 헌신의 특징입니다. 이 또한 지난 사회 주간에서 이미 강조된 바 있으며, 저는 오늘날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평신도 가톨릭 신자들이 부름 받은 유럽 정책에 대한 헌신도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니엘루(Daniélou) 추기경이 말씀하셨듯이 항상 사회적 차원을 지닌 기도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이를 통해 신자들이 가정과 학교, 공공 사업 또는 다른 현장에서 이를 위해 노력하게 하기 때문이며, 일상생활에서 실천으로 옮겨야 하는 사랑의 기본 계명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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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7월 2021, 0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