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하느님 안에서 다시 일치합시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그러면 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다”(요한 15,5-9 참조). 이는 2021년 1월 18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되는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의 주제다. 이는 교회들과 그리스도의 신앙을 고백하는 모든 이들로 하여금 일치의 정신을 더욱 강하게 불러일으키며 성찰하도록 하는 요청이기도 하다. 2021년 일치 기도 주간 자료집은 스위스의 그랑샹 수도 공동체가 준비했다. 그러나 수도자들은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인한 자가격리 때문에 이번 기도 주간을 유례없는 방식으로 보낼 예정이다. 그랑샹 공동체의 공동 기도는 매일 누리집과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다.

Antonella Palermo / 번역 박수현

“중요한 날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월 17일 주일 삼종기도의 말미에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의 시작을 알렸다. 교황은 예수님의 소망인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가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이가 하나되어 기도하도록 초대했다. 이어 일치는 언제나 갈등보다 우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도 주간은 전통적으로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과 ‘성 바오로 사도 회심 축일’ 사이의 기간으로 정해져 있다. 올해의 기도 주간을 이끌 주제는 요한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권고 말씀이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그러면 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다”(요한 15,5-9 참조). 이 기도 주간은 북반구에선 매년 1월 18일부터 1월 25일까지 지내는 반면, 1월이 휴가철인 남반구의 교회들은 다른 날, 예컨대 성령 강림 대축일 무렵(1926년 ‘신앙과 직제 운동’이 제안한 기간)을 일치 기도 주간으로 지낸다. 교황은 관례대로 로마에서 1월 25일 성 바오로 대성전에서 다른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대표들과 함께 저녁 기도를 주재하면서 이 주간을 마감한다.

교회 일치 운동의 뿌리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의 역사를 알기 위해) 1740년경 스코틀랜드에서 북미 사람들과 연계해 열린 ‘성령 강림 운동’의 시작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의 신앙 부흥 운동 메시지에는 모든 교회를 위하여 모든 교회와 함께 바치는 기도들이 포함됐다. 그 당시 복음 교회 선교사 조나단 에드워즈는 교회가 공통된 선교적 자극을 일깨울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고 단식하는 날을 마련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1902년에 이르러 콘스탄티노폴리스 세계 총대주교 요아힘 3세는 총대주교 회칙 및 시노드 회칙인 「Lettera irenica」을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를 위한 기도에 초대했다. 몇 년 후인 1908년 폴 왓슨 신부는 1월 18일부터 25일까지 “교회 일치 기도 주간(Ottavario di preghiera per l’unità)”을 지정하고 뉴욕의 그레이모어에서 처음으로 이 주간을 지냈다. 

그랑샹 공동체 원장
그랑샹 공동체 원장

주요 문헌들

1964년은 복자 바오로 6세 교황과 아테나고라스 1세 총대주교의 역사적인 만남으로 기록된 해다. 그들은 예루살렘에서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라는 예수님의 기도를 함께 바쳤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일치 운동에 관한 교령 「일치의 재건」(Unitatis Redintegratio)이 공표된 1964년에도 기도가 교회 일치 운동의 혼이라고 강조하며 일치 기도 주간의 준수를 장려했다. 아울러 오는 4월은 「교회 일치 헌장」(Charta Oecumenica) 발표 20주년을 기념하는 달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 문서는 스트라스부르에서 유럽주교회의연합(CCEE)과 유럽교회협의회(CEC)가 서명한 공동 문서로, 유럽의 그리스도교 교회 간 협력 증진을 위한 지침을 제시한다.

기도 주간을 위한 자료집

1968년 이래로 가장 강렬한 시기에 교회 일치의 정신에 따라 기도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소책자(자료집)는 ‘세계 교회 협의회 신앙 직제 위원회’와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구 그리스도인일치사무국)’가 준비해 왔다. 1975년 이후 이 자료집(주간 성경 구절, 묵상, 기도문)은 다른 나라의 지역 교회 일치 그룹에 의해 매년 개발되는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준비된다. 이 관점에서 우리는 ‘교회 일치(에큐메니즘)’의 의미가 이 (기도문을 준비하는) 방법 자체에서 발견된다고 말할 수 있다. ‘교회 일치’, 곧 에큐메니즘은 보편적인 것을 뜻하며 문자적으로는 “(함께) 살아가는 땅(세상)”이라는 아름다운 표현으로 번역된다. 안내문에 따르면 가능한 경우 현지 관습에 적응해야 하며, 특히 사회적, 문화적 맥락과 교회 일치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몇몇 지역에서는 이 자료집의 수정을 위한 교회 일치 기구들이 이미 조직돼 있다. 따라서 다른 지역에서도 수정 작업을 위해 그러한 기구들이 생겨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2021년 기도 주간 일정표

요한 사도의 잘 알려진 포도나무와 가지의 구절과 관련해 8일간의 성경 묵상과 기도 예식을 위한 다음과 같은 일치 기도의 여정이 제안됐다. 제1일 하느님의 부르심: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요한 15,16ㄱ). 제2일 내적 성숙: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요한 15,4ㄱ). 제3일 한 몸을 이루기: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2ㄴ). 제4일은 함께 기도하는 것에 대한 심오한 의미를 성찰하는 것이다. “나는 너희를 더 이상 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요한 15,15ㄱ). 제5일은 우리 스스로가 말씀으로 변화되기에 초점을 맞춘다.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한 말로 이미 깨끗하게 되었다”(요한 15,3). 제6일은 다른 이들을 환대하기라는 주제로 진행될 것이다.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요한15,16ㄴ). 일치 안에서 성장하기는 제7일의 주제가 될 것이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요한 15,5ㄱ). 마지막 날인 제8일은 모든 피조물과 화해하기에 관한 것이다.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요한15,11). 

그랑샹 수도공동체
그랑샹 수도공동체

격리 중에도 기도하는 그랑샹 공동체

올해 기도 자료집의 초안 작성 작업을 맡은 스위스 그랑샹 공동체는 다양한 연령, 교회 전통, 국가와 대륙 출신의 자매들 50여 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 공동체는 20세기 초반에 설립됐으며, 그 태동부터 떼제 공동체 그리고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의 역사상 매우 중요한 인물인 폴 쿠튀리에(Paul Couturier) 신부와 밀접히 연결돼 있다. 수녀들은 코로나19 방역조치를 준수하기 위해 1월 5일 화요일부터 자가격리 중이다. 대화와 만남에 대한 카리스마를 실천하는데 익숙한 이들은 함께 살아야 하는 그들의 삶을 다시 재편성해야 했다. 곧 각자 자기 방에서 개인 기도를 해야 했으며, 환영식도, 계획된 축하 행사도 취소해야 했다. 그러나 12시 정각을 울리는 종소리는 계속해서 울렸다. 스벤쟈 수녀(suor Svenja)는 “전염병이 기도까지 멈추게 할 수 없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설명하면서, 그들이 관리하고 있는 온라인 업데이트를 계속 따르도록 초대했다. “아마도 지금이 개인 기도를 더욱 성장시키고 우리가 준비한 주제를 더욱 깊이 성찰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정화하는 고통 없이는 우정도 없습니다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행사는 세 부분으로 된 ‘밤샘 기도들’로 구성돼 있다. 이는 그랑샹 공동체의 기도 방식을 반영한 것이다. 제1 밤샘 기도는 개인의 내적 일치와 그리스도 안에 머무름에 초점을 맞춘다. 제2 밤샘 기도는 그리스도인들의 가시적 일치를 재발견하려는 바람을 표현하고 있다. 제3 밤샘 기도는 모든 피조물과 모든 민족의 일치를 다루고 있다. 밤샘 기도 때에는 참여하는 이들의 전통에 따라 특정 행동을 하는데, 이 행동은 다양한 안무로 표현될 수 있다. “우리와는 너무도 다른 타인에게 다가가는 것, 타인과 공동체를 이루어 산다는 것은 하나의 도전입니다.” 그랑샹의 자매들은 이러한 도전을 잘 알고 있기에, 떼제 공동체의 로제 수사의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소중히 여긴다. “정화하는 고통 없이는 우정도 없습니다. 십자가 없이는 이웃 사랑도 없습니다. 헤아릴 길 없는 무한한 사랑을 우리가 알게 해 주는 것은 십자가뿐입니다.” 수녀들은 일치를 위한 예수님의 기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그분께 되돌아와 우리가 지닌 풍부한 다양성에 기뻐하면서 서로 더욱 가까워지라는 초대입니다.” 

그랑샹 공동체의 기도하는 시간
그랑샹 공동체의 기도하는 시간

기도 주간 주제에 반영된 시급성

그랑샹 수도원 공동체의 관상 생활의 지혜가 2021년 기도 주간의 자료집으로 모아진 것처럼, 다른 대륙에 흩어져 있는 다른 교회 일치 단체들의 경험들도 다른 사회적, 종교적 맥락에 영향을 받아 많은 자료집으로 만들어냈다. 이는 교회 일치 운동에 대해 말하고 교회 일치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아래부터의” 움직임이라는 사실을 의미하며 신학적 논쟁과도 관련이 있다. 또한 생활 양식과 일상행위와도 본질적으로 관련이 있다. 브루네토 살바라니(Brunetto Salvarani) 학자는 이를 두고 “옆집에 있는 교회 일치 운동”이라고 불렀다. 예를 들어, 브라질이나 몰타에서 가장 최근의 이슈를 살펴보면 환대에 대한 민감성이 강조됐다. 그리스도인이 소수인 인도에서는, 주님께서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에게 요구하시는 것에 관한 주제를 택했다. 라트비아에서는 피조물의 아름다움에 대한 경이로움을 주제로 택했다. 독일에서는 화해를, 인도네시아에서는 정의에 대한 헌신을 주제로 택했다.

일치를 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려와 사회의 연대 원칙을 강화하기 위한 호소와 취약하고 박해 받는 사람들을 환대하기 위한 초대.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9년과 2020년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기도 주간을 맞아 강조한 내용이다. 1년 전, 교황은 특히 성 바오로 사도가 타고 있던 배를 떠올렸다. 배는 몰타 해안 근처에서 좌초하기 전에, 며칠 동안 폭풍우에 시달렸다. 모든 사람이 생존의 모든 희망을 잃고 있는 동안, 그들을 안심시킨 이는 바오로 사도였다. 사실 (배 안에서) 바오로 사도는 죄수였기에 가장 취약한 이들 중 하나였다. (1년 전) 우리는 코로나19 대유행의 시작점에 있었다. 여전히 예측할 수 없고 파악되지 않았기에 (코로나19 대유행은) 지구를 매우 뒤흔들었다. 인류가 여전히 폭풍 속에 있는 가운데 교황은 지난 3월 27일 황량한 성 베드로 광장에서 기도하던 특별한 순간에 인류에게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곧 다시 한 번, 일치란 없어서는 안 될 갈망이며 시급함이고 희망이다. 여전히 우리에게는 기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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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월 2021, 23:25